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당장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지난주 병원에서 나오는 길, 복도에서 우연히 들은 대화 한 토막이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니까, 이제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요." 중년 여성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걸음을 멈췄다.
과연 나는 오늘을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 마치 죽음은 먼 훗날의 일이고, 오늘은 영원히 반복될 것처럼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당연히 내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중요한 일들을 내일로, 또 다음 주로, 언젠가로 미룬다.
시간의 착각
몇 년 전, 나는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봤어요.
93년의 긴 생을 마감하시는 순간까지도 할머니는 "내일 퇴원해서 집에 가서 된장찌개 끓여먹고 싶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죽음을 향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던져진 존재이며, 죽음이라는 가능성 앞에서만 진정한 실존적 각성이 일어난다고 했다.
죽음의 가능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스마트폰 속 무한한 콘텐츠에 시간을 흘려보내고, 의미 없는 걱정들에 에너지를 소모한다. 마치 시간이 무한히 있는 것처럼.
현재라는 선물
작년 겨울, 아버지하고 동네를 산책하다가 문득 깨달은 순간이 있었읍니다.
Present라는 영어 단어가 '현재'와 '선물'을 동시에 의미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일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확실한 선물이지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불확실한것이니.
오직 현재만이 우리가 실제로 살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현재를 놓치며 살고 있는지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휴대폰을 보고, 아름다운 일몰을 보면서도 사진을 찍느라 정작 그 순간을 느끼지 못히지요. 우리는 현재에 있지 않은거 같아요.
관계의 소중함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한다는 것들 중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돈을 더 많이 벌지 못한 것도, 더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한 것도 아니다. 바로 관계에 대한 후회지요.
우리는 종종 관계를 당연하게 여기지요.
부모님은 항상 거기 계실 것이고, 친구들은 언제든 연락하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있지요.
하지만 모든 관계에는 마지막이 있지만. 마지막 대화, 마지막 포옹, 마지막 함께한 시간이 있읍니다.
만약 오늘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아마도 그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온전히 느끼려 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다를까.
소소한 것들의 아름다움
며칠 전 아침,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문득 멈췄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순간이었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평범한 아침이 얼마나 기적적인지 느꼈다.
우리는 특별한 순간만을 기다리며 산다. 휴가, 승진, 결혼, 출산... 하지만 진짜 삶은 그 사이사이,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차, 가족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 친구와의 짧은 문자, 퇴근길에 만나는 석양.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만약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이런 평범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할까. 우리는 왜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걸까.
용기 있는 선택
오늘을 마지막처럼 산다는 것은 무모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신중하고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남들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려고 보내는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미루면서 안전한 길만 걷는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면? 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것이 죽음을 의식한 삶의 역설이다.
죽음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으로 살기 시작한다.
매일의 각성
사실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기'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일상의 관성은 강력하다. 하지만 작은 의식들을 통해 이 깨달음을 유지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시 생각해본다. '오늘 하루가 내게 주어진 선물이다.
'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되돌아본다. '오늘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는가.'완벽할 필요는 없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의식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창밖으로 새들이 지저귀고, 바람이 나뭇잎을 흔든다.
이 평범한 순간이 얼마나 기적적인가. 내가 살아있고, 생각할 수 있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오늘을 마지막처럼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표현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고,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마지막 날이 온다.
그날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에게는 오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확실한 시간이다.
병원 복도에서 들은 그 여성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요." 그분은 아마도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으셨을 것이다. 우리도 그런 각성이 필요하다. 마지막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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