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밝힌 행복의 3가지 유형과 삶에 적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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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떤 대답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예전에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맛있는 걸 먹을 때는 행복한데, 그게 진짜 행복인가 싶기도 하고요. 좋은 성과를 냈을 때의 뿌듯함도 행복이지만, 뭔가 다른 종류의 감정 같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심리학에서는 행복을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여러 층위를 가진 복합적인 경험으로 봅니다. 특히 긍정심리학의 대가들은 행복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요, 각각이 우리 삶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모두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 세 가지 행복에 대해 제 경험과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행복 유형 1: 쾌락적 행복 (Hedonic Happiness)
첫 번째는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느끼는 '쾌락적 행복'입니다. 영어로는 Hedonic Happiness라고 하는데,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긍정적 감정을 의미합니다.
따스한 햇살, 맛있는 음식, 좋아하는 음악과 영화처럼 감각을 통해 즉각적으로 기분을 끌어올리는 경험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즐거움
주말 아침에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친구들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시간,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때의 즐거움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행복은 즉각적이고 감각적이며, 우리의 감정을 빠르게 끌어올려줍니다.
저는 작년 여름, 정말 바쁜 프로젝트를 마치고 혼자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입안에 퍼지는 커피의 쌉싸래한 맛, 그리고 '아,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합쳐져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걱정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쾌락의 쳇바퀴: 금방 익숙해지는 행복의 한계
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이런 쾌락적 행복이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같은 자극에 점점 무뎌지면서 더 큰 자극을 찾게 되는 현상이죠. 그래서 쾌락적 행복만으로는 지속적인 만족감을 얻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순간적 즐거움들이 우리 삶에 활력을 주고, 힘든 일상을 견디게 해주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행복 유형 2: 성취적 행복 (Eudaimonic Happiness)
두 번째는 '성취적 행복' 또는 '의미 있는 행복'이라고 부르는 Eudaimonic Happiness입니다. 이 단어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에서 유래했는데, 단순한 쾌락을 넘어서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때 느끼는 행복을 말합니다.
이 행복은 쾌락적 행복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때로는 힘들고 고된 과정 속에서도 '내가 제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행복이거든요.
의미를 향한 노력 속에서 얻어지는 행복
제 친구 중에 간호사로 일하는 분이 있는데, 그 친구는 야간 근무가 힘들고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이라고 자주 말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환자분이 회복되어 퇴원하실 때, 또는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실 때면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이게 바로 성취적 행복입니다.
몰입과 의미가 만들어 내는 깊은 만족감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이를 '몰입(Flow)'과 '의미(Meaning)'의 조합으로 설명합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완전히 빠져들 때, 그리고 그 일이 자신보다 큰 무언가에 기여한다고 느낄 때 우리는 진정한 성취적 행복을 경험한다는 것이죠.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이 항상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때로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해 답답하고, 논리가 매끄럽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글을 완성했을 때, 그리고 누군가 "이 글 읽고 도움이 됐어요"라는 댓글을 남겨주실 때면, 그 모든 과정이 의미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 유형 3: 관계적 행복 (Social Happiness)
세 번째는 '관계적 행복'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과의 연결, 소속감, 사랑과 우정에서 오는 행복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 행복은 앞의 두 가지와 독립적이기보다는, 두 행복 모두에 깊이 연관되어 있기도 합니다.
좋은 관계가 행복을 결정한다는 연구
하버드 대학교에서 80년 넘게 진행한 성인발달 연구(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는 매우 명확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돈도, 명예도 아닌 '좋은 인간관계'라는 것입니다. 외롭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이 우리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함께 있음이 주는 위로의 힘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정말 공감이 갑니다. 저는 몇 년 전 새로운 도시로 이사를 가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고 외로웠습니다. 일은 잘 풀렸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겼지만,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서서히 그곳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어느 날 몸이 아파서 힘들어하고 있을 때 그곳에서 알게 된 친구가 직접 끓여온 죽을 문 앞에 놓고 갔던 일입니다. 그때 '아, 나는 여기서도 혼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어떤 선물보다도 큰 행복을 주었습니다.
관계적 행복은 ‘주고받는 마음’에서 자란다
관계적 행복은 주고받는 과정에서 생깁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이고, 누군가도 나에게 의미 있는 존재라는 상호성이 중요합니다. SNS의 '좋아요' 숫자보다, 진심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단 한 명의 친구가 훨씬 더 큰 행복을 준다는 것을 요즘 세대들도 점점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가지 행복을 균형 있게
이 세 가지 행복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우리의 삶이 가장 풍요로워집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쾌락적 행복도, 의미 있는 일을 성취하는 행복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관계적 행복도 모두 필요합니다. 어느 한 가지만 추구하다 보면 삶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쾌락만 쫓다 보면 공허해지고, 성취에만 몰두하다 보면 번아웃에 빠지기 쉽고, 관계에만 의존하다 보면 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를 적절히 섞어가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좀 더 지속가능하고 깊이 있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걸 하며 쉬고, 때로는 어렵더라도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하고, 또 때로는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심리학이 말하는 '진짜 행복'에 가까워지는 방법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행복을 가장 필요로 하시나요? 오늘 하루, 세 가지 행복 중 어느 것이 자신의 삶에 부족한지 한 번 돌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그 행복을 채우기 위한 작은 실천 하나를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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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Harvard Study of Adult Development: What makes a good life? Lessons from the longest study on happiness - TED Talk by Robert Waldinger
- Seligman, M. E. P. (2011). Flourish: A Visionary New Understanding of Happiness and Well-being. Free Press.
- 긍정심리학 관련 자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 The Science of Happ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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