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그늘 아래, 봄을 걷다

제목:이팝나무 아래 잠시 멈춘 계절

하얀 눈송이처럼 피어난 이팝나무 꽃이 장관을 이루는 어느 길목. 따사로운 봄빛 아래, 흰 치마와 붉은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조용히 걸어갑니다. 푸른 모자를 눌러쓴 뒷모습은 마치 그림 속 한 장면처럼 고요하면서도 선명합니다.

이팝나무의 꽃은 먼발치에서 보면 마치 하얀 안개처럼 부드럽게 퍼져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수많은 실오라기 같은 꽃들이 촘촘히 모여 하나의 군무를 이루듯 피어있지요. 그 아래 선 여인의 모습은 자연과 사람, 전통과 계절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풍경 그 자체입니다.

지나가는 바람 한 줄기에도 꽃잎이 살짝 흔들리며 속삭이듯 말을 건넵니다.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봄이야'라고. 그 말을 듣는 듯 여인은 천천히 걷습니다. 어떤 목적지보다도 중요한 건, 바로 이 순간을 오롯이 누리는 것이겠지요.

잠시 멈춰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하늘 아래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계절의 선물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자연은 말없이 피고 지지만, 우리 마음에 남기는 울림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팝나무 그늘 아래서 걷는 그 시간은, 봄날의 찬란한 기억으로 남아 줄 것입니다.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나무처럼, 평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삶의 저녁에 피는 꽃

"자연은 조용히 말하지만, 그 울림은 언제나 깊다."

– 존 러스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