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와 삶의 비유
고풍스러운 기와 지붕 아래로 줄지어 선 소나무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선의 한 장면 속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목들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품고, 굴곡진 몸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저마다의 방향으로 휘어진 줄기는 한결같은 세월 속에서도 각자의 길을 걸어온 삶의 모습과도 같다.
이곳은 현충사 노송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서려 있는 이곳에서 소나무들은 오랜 시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수백 년 동안 이곳을 지키며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지켜봤을 것이다. 왕이 지나갔을지도, 선비들이 시를 읊으며 걸었을지도, 혹은 조용한 오후에 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어 간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가지 사이로 스며들고, 오래된 기와 담장 위로 부드럽게 흐른다.
소나무는 곧고 강직한 이미지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유난히도 굽어 있다. 자연의 시간이 만든 곡선, 바람과 비에 길들여진 흔적이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이들의 품격이 아닐까. 곧지 않아도, 반듯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모습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낸 그 자체가 아름다움이 된다.
기와집의 단청과 어우러진 소나무의 거친 껍질.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이 있는 색을 띠는 나이테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 젊은 날엔 반듯함이 미덕일지 몰라도, 살아가면서 쌓인 경험과 흔적이 결국 우리를 더욱 깊이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이곳,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속삭임을 들으며 나는 한동안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역시 저 나무들처럼, 삶의 굴곡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나만의 모양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곧게 서지 않아도 괜찮다고.
또 다른 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솔뫼 성지 소나무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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