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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늙어 가는 아내



우리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아내의 머리칼 사이로 흰 가닥이 더 늘어난 것을 보았다. 내 머리칼이야 예전부터 희끗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아내의 머리에서 흰색이 보일 때마다 가슴이 조금 저릿해진다. 세월이 흐르며 나도, 아내도 변해간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노년 웃음이 주는 힘 또다른 이야기 보고 가세요.


아내와 나는 오래도록 한길을 걸어왔다. 젊은 날엔 아이들을 키우느라 바빴고, 그 아이들이 자라 독립한 뒤엔 각자의 몸을 챙기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함께 손을 잡고 시장을 다니던 시간이 많았지만, 이제는 병원 가는 길을 함께 걷는 날이 더 많아졌다. 병원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아내가 작은 소리로 "이제는 이게 우리 데이트네"라고 말할 때, 우리는 웃으면서도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아내는 여전히 나보다 부지런하다. 아침이면 먼저 일어나 내 약을 챙기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밀며 "이거라도 마시고 몸 좀 따뜻하게 해"라고 한다. 가끔은 내가 먼저 챙겨주고 싶어도, 습관처럼 내게 먼저 다가오는 아내에게 선수를 빼앗긴다.


그러나 이제는 아내도 예전처럼 강하지 않다. 작은 짐을 들고도 힘들어하고, 예전에는 혼자 척척 해내던 일도 내 손을 빌리는 날이 많아졌다. 가끔 허리를 두드리며 "이제 나도 늙었나 봐"라고 말할 때면, 괜히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는 아내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젊은 날엔 돈을 벌어오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안다. 오래도록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 작은 일에도 손을 내밀어 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하루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깨닫는다.


아내는 내 삶의 반 이상을 함께한 사람이다.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고, 나는 그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언제까지나 나와 함께 같은 길을 걸어주는 이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따뜻하다.


오늘도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함께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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