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고새와 이엉
전통의 손길, 삶의 지혜
마당 한쪽에 쌓인 황금빛 짚단, 그 사이에서 한 노인이 천천히 손을 놀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볏짚을 한 올 한 올 엮어 이엉을 만들고 있다. 구부정한 등과 깊게 팬 주름 속엔 오랜 세월이 담겨 있다.
이엉은 단순한 볏짚이 아니다. 농가의 지붕을 덮어 비를 막고, 바람을 가리며,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게 한다. 선조들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집을 보호하고, 삶을 지탱하는 지혜를 전수해 왔다. 이제는 보기 드문 장면이 되었지만, 여전히 몇몇 곳에서는 이엉 엮는 소리가 들린다.
용고새를 사용해 이엉을 단단히 묶는 손길은 거칠지만 정교하다. 한 번, 두 번, 단단히 엮어야 바람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이 과정은 마치 삶과 닮아 있다. 매듭 하나하나가 지난 시간의 노력이며, 인내이며, 기억이다.
배경으로 보이는 해바라기와 들꽃들은 마치 이 장면을 조용히 지켜보는 듯하다. 시대가 변해도, 이렇게 전통을 이어가는 모습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엉을 덮은 초가는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그 속에 담긴 마음과 손끝의 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도 한 사람의 손에서, 그 옛날의 지혜가 다시 태어난다.
또 다른 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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