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딜방아간의 기억
디딜방아간의 기억
푸른 하늘 아래 자리한 초가 정자가 예사롭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것은 단순한 쉼터가 아니라 ‘디딜방아간’이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옛 마을의 생활과 깊이 맞닿아 있던 공간. 이곳에서 흘렀던 시간과 사람들의 손길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디딜방아간은 마을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던 곳이었다.
곡식을 찧고, 가루를 내고, 음식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정이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집집마다 절구가 있긴 했지만, 많은 양의 곡식을 빻을 때는 이처럼 커다란 디딜방아가 필요했다.
긴 나무 지렛대를 한쪽에서 밟으면 반대쪽의 절구공이가 내려앉아 곡식을 찧어내는 방식. 이 단순한 기계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조상들의 손과 발을 통해 삶의 터전 속에 녹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디딜방아간은 단순히 일하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모였다. 누구는 힘껏 방아를 찧고, 누구는 방앗간 주인과 수다를 떨며 잠시 숨을 돌렸다.
마을 아낙네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와서 곡식을 빻으며 담소를 나누었고, 때로는 마을 청년들이 서로의 힘을 겨루며 방아를 찧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
디딜방아간은 마을의 중심이었고, 공동체의 온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고,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곡식을 빻을 일도, 디딜방아를 사용할 일도 거의 사라졌다.
대신 기계가 모든 것을 대신하고, 사람들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모습이 그리운 것은 왜일까.
이 사진 속 디딜방아간은 비록 사용되지 않는 옛것이지만, 여전히 따뜻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이곳에 앉아보면 옛 시절의 정겨운 이야기들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방아를 찧으며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의 목소리, 먼지 날리는 햇살 속에서 쉬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편리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은 이런 공간이 그리워진다.
디딜방아간이 단순한 방앗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면, 바람에 스쳐가는 추억을 따라 잠시 머물러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그 시절의 온기를 가슴에 담아, 오늘을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가는 힘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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