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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눈

봄눈
어제까지만 해도 봄기운이 완연했다. 따뜻한 바람이 불고, 길가의 나무들은 연초록 잎을 틔우며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 창밖의 풍경이 달라져 있었다. 온 세상이 다시 하얗게 덮여 있었다.

밤사이 내린 봄눈이었다. 그것도 가벼운 눈이 아니라, 한겨울에나 볼 법한 폭설이었다. 나뭇가지마다 두껍게 쌓인 눈이 마치 겨울이 되돌아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거리도, 지붕도, 도로 위 자동차도 온통 하얀 눈 속에 묻혔다.

문을 열고 발을 내딛자 뽀드득, 낯설고도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봄을 준비하던 꽃들은 눈 속에 몸을 묻고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매화와 개나리는 눈꽃을 얹고 서 있었고, 갓 돋아난 새싹들도 흰 담요를 덮어쓴 듯했다.

하지만 이 눈은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겨울의 눈처럼 두고두고 남아 있지는 않을 터. 따뜻한 햇살이 비치면 눈은 서서히 녹아내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봄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잠시지만 한겨울처럼 변해버린 아침, 창밖을 바라보며 계절의 변덕스러움을 실감한다. 하지만 이 또한 자연이 주는 작은 선물일지도 모른다. 봄과 겨울이 겹쳐지는 이 순간, 우리는 계절의 경계를 잠시나마 뛰어넘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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